朝鮮의 科擧와 文字生活

  •   한국의 근대 이전의 ‘문’과 ‘학’은 정치권력과 화해하여 그것을 추동하거나 혹은 정치권력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방법과 내용을 모색해 왔다.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문학의 독자성을 운위하는 것은 실상에 맞지 않는다. 종래 정치권력의 구현에서 가장 중요한 제도가 인재 선발의 방식인 과거와 인력 관리의 방식인 考課ㆍ署經이었다.

      이에 문과 학의 발전 양상과 정치권력의 유지 방식을 살피기 위해서는 과거 제도의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서 부과된 문체나 제목은 당시 국가가 인재에게 요구하는 이념과 논리가 담겨 있다.

      고려와 조선의 왕조는 鄕試ㆍ漢城試ㆍ小科ㆍ大科(文科) 등의 科試를 人選ㆍ入仕의 첩경으로 공인함으로써, 應擧文을 習熟한 독서층을 양산했다. 따라서 科試의 應擧文體는 한 시기의 문풍과 학술을 규정하고 제한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일부 應擧文體는 중앙 정부에서 소용되는 문체이기도 했지만, 일부 應擧文體는 시험을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따라서 應擧文體는 시문의 발달에 부정적인 효과를 낳은 면도 있다.

      본고는 조선 科試의 科目과 應擧文體, 應擧文 연마에 따른 사유양식과 시문 소양의 형성, 記敍 규범과 서적 편찬 등의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조선의 과거와 문자생활의 전반에 대해 개관하고자 한다.


  • 黃德吉 『讀書次第圖』

  • 東亞漢學硏究 15 ∥ 고려대학교 한자한문연구소 ∥ 2021 ∥ pp.209-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