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科試 참고서 『表東人』에 관한 일고찰

  •   『表東人』은 『英祖實錄』과 조선 후기 필기야담집과 개인 서간에서 문장 학습 및 科文 학습과 관련하여 언급되기는 하였지만,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자료이다. 필자가 고찰한 결과 ‘表東人’이라는 서명을 가진 책은 계명대학교, 영남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모두 5종의 필사본이 현전한다. 이 가운데 고려대 소장본 『表東人』[만송 D5 A125]은 이전 科試 참고서와는 체제와 구성면에서 많은 차이점이 있으며, 여타 도서관에 소장된 『表東人』과도 그 성격이 확연히 구분된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특징에 주목하여 고려대 소장 科試 참고서인 『表東人』을 중심으로 『表東人』의 구성 및 체제를 검토하고, 『表東人』이 科試 참고서로서 지니는 자료적 가치와 그 의의를 규명하였다.


  • 『表東人』[만송 D5 A125]의 목차와 본문 첫면
  •   고려대 소장본 『表東人』은 類抄類에 속하는 科試 참고서로, 漢代~宋代의 皇帝를 表題로 한 6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表東人』에 수록된 작품은 역사서에 수록된 인물 및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고사들을 여러 對句로 조합하고 활용하는 양상을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科表 작성과 학습의 실제를 엿볼 수 있다.

      고려대 소장본 『表東人』이 科試 참고서로서 지니는 자료적 가치와 그 의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表東人』은 자료의 성격으로 볼 때, 역사서에 수록된 중국의 역대 황제와 관련된 고사를 활용하여 科表의 구성요소인 對偶를 갖춘 각 구절을 어떠한 방식으로 실제 작법에 활용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類抄類 참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둘째, 당대 科表 학습 과정에서 習作의 典範으로 여겨졌던 작품들을 살필 수 있는 科表選集類와는 달리 『表東人』은 보다 구체적인 科表 작성 과정의 일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셋째, 인물고사와 사건고사를 활용한 다양한 對句의 용례를 제시함으로써 故事를 科表의 작법에 적용하는 실제를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넷째, 『表東人』은 조선 후기 科表가 정형화되는 일련의 양상과 그 흔적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漢文學論集 62 ∥ 근역한문학회 ∥ 2022 ∥ pp.93-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