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STEM 시대 인문학의 새로운 역할과 모델


  • 노요한  
    고려대 글로벌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
    한자한문연구소 국제인문학센터장


    • 급속히 진화하는 AI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의 모습을 바꾸는 오늘날에 있어 우리에게 필요한 인문학은 어떠한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어떤 것-문헌 기록과 오랜 전통 속에 보존되어 인류의 긴 역사 속을 이어져 왔지만 우리가 아직 충분히 인식하거나 실천하지 못한 어떤 것일까? 그것은 세기와 문명을 넘어 인류가 가꾸고 체험해 온 것으로서, 그 깊은 지혜가 오늘날 여전히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어떤 것일까? 혹은 세대를 이어 면면히 전해 내려온 지적 유산으로서 이 시대에 새롭게 발견되고 창신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어떤 것일까? 아니면 인류의 상상력이 아직 닿지 못하여 이름이 붙여지거나 형상을 갖추지 않은, 그래서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롭게 상상하고 새롭게 빚어가야 할 전혀 새로운 어떤 것일까? 혹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인문학은 다가오는 인류 역사에서 도태되고 말 무엇일까?

    • 필자가 속해 있는 고려대 글로벌인문학연구원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우리 사회의 현재적·실천적 요구에 부응하는 인문학적 통찰과 대안을 제시하고 미래 인문학을 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올해 1월 창설되었다. 한자한문연구소와 한국사연구소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본 연구원은 현재 ‘소버린AI 시대 한국학의 재정립과 글로벌 비교 인문학 허브 구축’이라는 아젠다로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인문한국 HK 3.0 사업을 수행 중이다. ‘전통 한국학의 심화와 창신’, ‘AI인문학의 성찰과 도약’, ‘글로벌 한국학 모델과 허브 구축’이라는 세 개의 큰 축으로 이루어진 이 아젠다는 한국학의 전통 필롤로지(Philology)를 심화·발전시키고 신AI제국주의 시대에 대응하여 문화적 다양성을 통섭적으로 이해하는 인간중심 LLM 개발의 계기를 마련한다. MIT 글로벌 인문학 이니셔티브(Global Humanities Initiative, 이하 GHI)와 함께 글로벌 인문학의 틀 속에서 한국학의 좌표를 재확립하는 것도 목표하고 있다.

    • 인문학 2.0을 기획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전통 인문학의 레거시를 계승하고 심화하고 창신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본 아젠다의 전략자문위원인 MIT 문학과 빕케 데네케(Wiebke Denecke) 교수가 최근 창안한 STEMAH(STEM & Arts & Humanities) 개념을 도입하여 인문학의 유구한 유산을 재검토하고 통합적 방법론으로 재탄생시키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 이러한 방법론적 실천의 일환으로 고려대는 지난 4월 고려대 국제처와 아젠다의 참여기관인 MIT GHI의 공동 주최로 ‘불확실성의 시대, 인간 번영을 촉진하다(Catalyzing Human Flourishing in Uncertain Times)’를 주제로 <개교 120주년 기념 고려대-MIT GHI 포럼>을 양일에 걸쳐 개최한 바 있다. 이 포럼 행사는 글로벌인문학연구원에 MIT GHI의 동아시아 지역 허브를 런칭하는 행사를 겸하였다.

    • 글로벌인문학연구원은 오는 11월 20일-21일 이틀 간 MIT GHI와 공동으로 ‘연구중심대학 2.0을 위한 STEMAH 연구 및 학습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STEMAH Research & Learning for the Modern Research University 2.0)’을 주제로 <고려대학교 개교120주년 기념 고려대학교-MIT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데네케 교수를 비롯하여 MIT 미디어랩의 패티 매이스(Pattie Maes) 교수, 괴테대학(Goethe University)의 모리츠 에플(Moritz Epple) 교수 등 1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인문학과 STEM의 만남을 통해 STEM 시대에 요청되는 인문학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통합 학문을 설계하는 장이 되리라 생각한다. 인문학자와 STEM 분야의 여러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대화하고 생각하고 창조하는 장이 될 이번 행사에 고려대 구성원들의 많은 참여와 성원을 기대한다. [원문기사 링크]

  • 고대신문 ∥ 2025.09.15. ∥ 노요한(고려대 글로벌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한자한문연구소 국제인문학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