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학자들의 科文 학습에 대한 비판과 회의적 수용 양상
이 연구는 科文 학습에 대한 비판과 회의적 수용의 태도를 보였던 조선시대 학자들의 여러 논의를 정리함으로써, 그들의 학문적 지향과 현실 인식을 살피는 데에 목적이 있다.
科文 학습을 크게 배척했던 李瀷은 「科程」에서 科文으로 인한 문장의 폐해를 비롯하여, 科文 학습이 학자에게 끼치는 악영향, 나라와 풍습을 쇠퇴하게 만드는 動因 등을 밝혔다. 이와 같이 科文 학습을 비판하고 문제시한 양상은 크게 科文 투식을 비판하고 古文을 숭상하는 태도, 인격 수양과 윤리적 실천에 관한 문제, 경박한 士習을 경계하고 치세를 위한 교화적 기능을 중시한 견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선대 학자의 우수한 문장력을 칭송한 李植・李睟光・李廷龜의 평에는 科文의 체제를 비판하고 古文을 숭상하는 태도가 일관적으로 나타났으며, 奇大升・李玄逸・安鼎福은 위기지학에 전념할 것을 강조하고 科文 연마가 윤리를 실천하고 도를 추구해야 하는 근본적인 학문의 취지에 방해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내었다. 沈彦光, 朴世堂은 과거 공부에 경도된 선비들의 습속을 경계하고 경전 공부를 통해 치세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글을 남겼다.
한편, 현실 인식과 문장력의 효용에 따른 科文의 회의적 수용 양상으로는 蘊蓄한 뜻을 펴기 위한 수단, 봉양과 가문의 부흥을 위한 祿仕, 科文의 수요와 서원의 교육 기능 등의 하위 항으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丁若鏞은 科文을 익히는 방법을 제생들에게 전하고 임금을 섬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科文 학습을 통한 과거 급제임을 밝혔다. 尹愭는 가계와 어버이의 봉양을 위해 科文을 익힐 수밖에 없었던 처지를 드러내었고, 李象靖은 강학을 위주로 하는 서원의 기본적인 기능을 강조하면서도 과거 시험 준비 또한 겸할 것을 종용하기도 하였다. 이들의 논의를 통해 입신양명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가 科文의 독려와 수요를 이끌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이 과거에 연연하지 않은 풍도를 귀하게 여겼던 조선시대에 科文 학습에 대한 의식적 기반을 정리하면서, 科文과 古文에 관한 학자들의 文論도 일부 엿볼 수 있었다는 데에 작은 의의를 두고자 한다.
대동한문학 74 ∥ 대동한문학회 ∥ 2023 ∥ pp.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