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嶠南賓興錄』의 판본과 御考 科賦 試券에 대한 小考

  •   『賓興錄』은 正祖代에 설행된 지방 별시의 전말을 기록하고 입격한 試券을 수록한 자료이다. 6종의 『빈흥록』 중 『嶠南賓興錄』에는 정조의 御考를 거친 영남 儒生의 우수 科賦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批點이 판각된 판본이 존재한다. 이 연구에서는 『교남빈흥록』의 판종을 살피고 御考 批點을 토대로 優等 試券에 나타난 정조의 科賦 평가 기준을 살폈다.

      『교남빈흥록』은 권2 「御考優等試券」까지 수록된 판본과 여기에 「陶山試士壇碑銘」ㆍ「頖村致祭時日記」를 追刻하여 부록으로 넣은 판본이 있다. 부록이 추가된 판본과 1792년에 판각된 판본은 구성뿐만 아니라 批點의 형태도 차이를 보인다. 우등 시권에서 批點의 위치는 구절의 2ㆍ3ㆍ5 字마다 찍혀 있으나, 특정 글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句 자체에 매겨진 것으로 생각된다.



  • 批點이 찍힌 판본과 판각된 판본


  • 批點이 판각된 『교남빈흥록』 권2 冊板

  •   『교남빈흥록』의 「御考優等試券」에는 姜世白ㆍ金熙洛ㆍ金象九ㆍ曺深이 작성한 科賦 4편이 실려 있다. 네 사람 모두 30句로 구성된 科賦를 지었으며, 각 句의 4번째 자마다 虛辭를 넣어 6言 科賦의 형식을 준수하였다. 典故 또한 거의 모든 구마다 인용되었는데 三上의 성적을 얻은 姜世白ㆍ金熙洛의 시권에는 試題와 동일한 출처의 전고가 빈번하게 쓰였다. 三中의 성적을 얻은 金象九ㆍ曺深은 말미에 4言의 亂辭를 넣어 姜世白ㆍ金熙洛의 답안과 형식적인 차이를 보였으며, 亂辭 부분에서 정조의 批點을 전혀 획득하지 못하였다. 4언 亂辭의 활용으로 인해 조선 후기 科賦가 요구하는 6언의 規式에서 이탈하게 되는데, 批點을 통해 정조 또한 科賦에 亂辭의 출입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 東方漢文學 87 ∥ 동방한문학회 ∥ 2021 ∥ pp.163-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