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科文의 실제에 관한 일고찰
- 『東儷文』과 『儷林』에 수록된 科表를 중심으로 -

  •   본 논문은 조선 후기에 편찬된 科文選集인 『東儷文』과 『儷林』에 수록된 작가와 작품들을 대상으로 조선 후기 科表에서 典範으로 활용되었던 작품들의 양상과 그 실제를 규명하고자 한 것이다.

      『東儷文』과 『儷林』에 수록된 작가들은 당시 科文을 학습하는 응시자들 사이에서 명성이 있었던 인물이었으며, 그 가운데 두 책에 비교적 많은 분량의 작품이 수록된 작가들로는 李日躋(1683∼1757)를 비롯한 柳東賓(1720∼미상), 朴道翔( 1728∼미상), 權絅(1708∼미상), 尹志泰(1700∼미상) 등을 꼽을 수 있다. 두 책에 모두 수록된 작가들의 작품은 그 비중으로 볼 때, 당대 응시자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었으며 科文학습의 과정에서 습작의 典範으로 여겨졌던 작품들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여 『東儷文』과 『儷林』에 모두 수록된 작가와 작품 가운데 李日躋(1683∼1757)의 「韓信謝封淮陰侯」와 柳東賓(1720∼미상)의 「漢群臣賀吹簫散楚兵」을 대상으로 科表의 형식적 특징을 살피고, 李圭象(1727∼1797)이 『幷世才彦錄』 「科文錄」에서 해당 작가와 작품에 대해 비평한 내용을 근거로 해당 작품들이 어떤 이유로 당대에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 『東儷文』 수록 李日躋의 「漢韓信謝拜淮陰侯」(좌), 『儷林』 수록 李日躋의 「韓信謝封淮陰侯」(우)
  •   두 작품 모두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科表의 정식을 준수하면서도 특정 구절에서는 정식을 탈피하여 변격을 시도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試題가 의거하고 있는 故事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면서 주제를 잘 구현하였고,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사와 표현을 통해 작품의 문학성을 추구하였다. 이규상의 입장에서 보자면 대우와 평측의 운용 등 형식적인 측면보다는 내용적인 면에서 試題가 의거하고 있는 故事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활용하여 주제를 잘 구현하고 있는지, 또 적절한 수사와 표현을 구사하고 있는지가 작품의 중요한 평가요소였다. 이는 평측과 대우를 비롯한 형식적인 측면이 科表의 수준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실제적인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 東洋古典硏究 80 ∥ 동양고전학회 ∥ 2020 ∥ pp.99-127